[데스크 칼럼]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中 제조업

입력 2024-03-10 17:37   수정 2024-03-11 00:11

약 15m 길이의 ‘포장박스 자동 접착기’는 다양한 형태의 종이상자를 고속으로 접고 접착하는 자동화 설비다. 공산품과 택배 물량 등의 유통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장비다. 7~8년 전만 해도 자동 접착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은 10여 곳에 달했다. 지금 남은 업체는 단 두 곳. 중국의 저가공세를 견디지 못해서다. 당시 경쟁에서 밀려난 일부 기업은 중국의 자동 접착기를 들여오는 딜러가 됐다.

반도체 장비에 쓰이는 밸브류를 생산하는 P사는 스냅링 부품을 최근 중국산으로 바꿨다. 발주처의 까다로운 요구에 그동안 값싼 중국산을 멀리했으나, 품질 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걸 확인하면서다. 국내 부품 업체들은 그만큼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소비재도 마찬가지다.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다. 배송료도 받지 않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직구 사이트의 공세는 섬뜩할 정도다.
성큼 다가온 중국의 위협
요즘 제조업 관련 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던지는 화두는 단연 중국의 위협이다.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어제오늘 나온 건 아니지만 “이젠 피부로 느껴진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싸기만 했던 중국 제품이 품질까지 좋아졌다는 것이 위기의 요체다.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대중국 무역적자를 낸 것이나, 국내 과학기술 수준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 등은 제조 현장의 체감 경기가 일시적인 경기 사이클 측면이기보다는 구조적인 경쟁력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부상은 일찌감치 예고된 악재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한 건 2015년이다. 중국 제조업의 질적인 기술 도약을 통해 세계 최강의 제조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기업, 대학, 연구기관, 관련 학회 전문가 400명 이상이 총동원됐다. 중국이 1898년 설립된 독일 최대 로봇기업 ‘쿠카’, 화학공정설비 제조사 ‘크라우스마파이’ 등을 인수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중소제조업 경쟁력 키워야
중국제조 2025에는 차세대 정보기술, 고정밀 수치제어 및 로봇, 항공우주·해양 장비 및 첨단 기술 선박 등 10대 전략형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담겨 있다. 대부분 국내 핵심 산업과 겹치는 분야다. 10년간 기술력을 축적한 중국이 파트너가 아니라 경쟁자로 탈바꿈하면서 일본 소재·부품을 들여와 한국이 중간재를 생산하고 이를 중국이 조립하던 한·중·일 삼각 분업체계도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대 정부에서 다양한 중소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변변한 성과를 낸 사례를 떠올리기 어렵다. 정권이 교체되거나 심지어 장관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전략을 누더기처럼 덧칠하느라 지속 가능한 동력을 얻지 못한 탓이다.

오히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제조업의 혁신 투자 의지를 꺾는 자충수를 남발하기까지 했다. 미래 성장의 씨앗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조치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총체적이고 획기적인 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제조업의 위기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머지않아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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